두바이라고 하면 흔히 부르즈 칼리파, 초호화 쇼핑몰, 인공섬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의 골목과 사막의 바람을 함께 경험해야 합니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에는 구시가지와 전통 수크, 오후에는 사막 사파리로 이어집니다. 이 하루 속에 두바이가 가진 이중적인 매력—역사와 모험, 전통과 현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오전 – 알 파히디 역사 지구와 구시가지 산책
아침 햇살이 두바이 크릭(천)을 비추면, 구시가지 골목의 벽은 황토빛으로 빛납니다. 알 파히디 역사 지구는 흙벽과 바람탑 건물로 이루어진 오래된 마을로, 과거 상인들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좁은 골목길에는 예술 갤러리와 작은 카페가 숨어 있어, 모래빛 건물 사이에서 의외의 현대적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두바이 박물관(알 파히디 요새). 진흙 벽돌로 지어진 성채 내부에서 어촌 마을의 생활상, 진주 채취 역사, 베두인들의 사막 생활까지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현대 건축 뒤에 숨은 두바이의 뿌리를 엿볼 수 있죠.
💎 골드 수크 & 스파이스 수크 – 눈과 코를 사로잡는 시장
알 파히디에서 강을 따라 조금 걸으면 골드 수크에 도착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금시장이자, 금으로 만든 드레스와 왕관까지 전시된 화려한 공간입니다. 진열장마다 반짝이는 목걸이와 팔찌가 가득해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구매를 원하지 않더라도, 금으로 가득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경험이 됩니다.
골드 수크 바로 옆에는 스파이스 수크가 있습니다. 사프란, 카다멈, 건조 레몬, 로즈 페탈이 자루째 쌓여 있고, 공기 중에는 달콤하고 매콤한 향이 뒤섞여 있습니다. 상인들은 친근하게 샘플을 건네며 흥정을 권유합니다. 가격은 처음 부른 값보다 30~50%까지 낮출 수 있으니, 웃는 얼굴로 협상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 아브라 배 – 1디르함의 보물 같은 경험
구시가지 탐방을 마무리할 때는 아브라(전통 나룻배)를 타고 두바이 크릭을 건너보세요. 나무로 만든 작은 배에 현지인, 관광객이 함께 앉아 강을 건너는 경험은 단돈 1디르함(약 400원)에 불과하지만, 가장 값진 순간 중 하나입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신구(新舊)가 교차합니다. 한쪽에는 전통 시장이, 다른 한쪽에는 유리 빌딩 숲이 자리한 모습은 두바이를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 오후 – 사막 사파리 출발
점심 이후 호텔에서 사막 사파리 투어 차량이 픽업을 옵니다. 4WD 차량에 올라타 한 시간쯤 달리면 도시의 윤곽이 사라지고, 붉은 모래 언덕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사막의 적막은 도시의 소음과 정반대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래결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보입니다.
🏎️ 듄 베이싱 – 사막의 롤러코스터
드라이버가 타이어 공기를 줄이고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듄 베이싱이 시작됩니다. 차량은 가파른 경사를 오르다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며 내려오고, 좌우로 흔들리는 리듬은 마치 모래 파도를 타는 듯합니다. 창밖으로 붉은 석양빛이 비칠 때, 여행자는 비로소 사막과 하나가 됩니다.
🐪 낙타 체험 & 샌드보드
캠프에 도착하면 낙타를 타고 모래 언덕을 천천히 걸을 수 있습니다. 낙타의 느린 걸음은 사막이 가진 시간의 무게를 체험하게 합니다. 또, 모래 언덕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샌드보딩은 짜릿한 재미를 줍니다.
🍽️ 저녁 – 베두인 캠프에서의 하룻밤
해가 저물면 베두인 스타일 캠프에서 바비큐 디너가 준비됩니다. 닭, 양고기, 케밥과 허머스, 따뜻한 빵이 테이블에 차려지고, 달콤한 대추와 차이가 곁들여집니다. 식사 후에는 전통 벨리댄스와 탄누라 춤 공연이 이어집니다. 사막의 별빛 아래 음악과 춤, 향신료 냄새가 뒤섞이는 순간, 이국적인 두바이가 완성됩니다.
🌌 별빛 감상 –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
마지막으로 캠프의 불빛이 줄어들면, 사막 하늘 가득 별이 쏟아집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은하수가 눈앞에 펼쳐지며, 모래 위에 앉아 있노라면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사막의 작은 일부가 됩니다.
💡 여행 팁
- 사막 사파리 투어는 호텔 픽업·드롭 포함 패키지로 예약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 낮에는 뜨겁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가디건이나 머플러를 준비하세요.
- 수크에서는 작은 지폐를 준비하고, 카드보다는 현금 흥정이 유리합니다.
- 사막에서는 스마트폰보다 카메라를 권장. 모래바람에 대비해 렌즈 보호 필터 필수입니다.
💰 예산 가이드 (1인 기준)
- 구시가지 간식 & 기념품: 50~80 AED
- 아브라 배: 1 AED
- 사막 사파리 투어(저녁 포함): 250~350 AED
- 총합: 약 300~450 AED (약 11만~17만 원)
🌇 마무리
두바이의 하루는 대조와 균형 속에서 완성됩니다. 아침에는 향신료 냄새 가득한 골목에서 전통을 만나고, 저녁에는 별빛 아래 모래 언덕에서 모험을 즐깁니다. 화려한 마천루 뒤에 숨어 있는 두바이의 진짜 얼굴은 바로 이 대조 속에 있습니다. 구시가지와 사막을 모두 경험한 여행자는 이제, 두바이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도시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